시골동네 아재의 아침부터 착한일.......힘들어 디질듯........
느긋하게 아침먹고 출근을 하려 바지를 입는 순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꽤 많은 흰연기가 뭉클하고
올라 오는게 보임....
'하아...촌동네 증말....비만 온다고 하면 쓰레기 태운다고
저 지롤이구만'하며 욕을 하기엔 연기의 양이 너무 많더군요.
연기의 양과 색과 상승 속도가 쓰레기 태우는건 아닌것 같았어요.
(소방관들도 연기보고 판단한다능.....나는 대충 찍은 거임)
우리집에서 약 400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거리.....
윗옷을 마저 입고 바로 튀어 나갔습니다.
왜냐면 난 이 동네 의용소방대원이니까.....
그나마 바지라도 입고 있을때 봤길래 망정이지
팬티만 입고 튀어 나갈뻔....섹시할뻔 했음....
오래된 카렌스에 시동을 걸고
(이 차안에 의용소방대 장비 다 있음)
집 대문을 꺽자마자 저 멀리서 보이는 연기의 아래부분에
대형화물차의 짐칸이 보이더군요.
'차량 화물화재인가? 그럼 일이 큰데.....' 문제는 소방차가
지나가도 벌써 지나갈 시간인데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음....연기 발생 하자마자 내눈에 보였던 거임.
(소방소와 현장 중간에 우리집이 위치함)
부랴부랴 현장으로 가면서 119 전화를 걸어 봅니다.
"현재 남양주 화재는 신고 많이 들어 왔으니까 그거면 끊으셈,
그거 아니면 받아줌." 대충 그런 내용의 안내 멘트가 나오고
1초 정도 후 센터 직원분이 전화를 받더군요.
센터 : 예 긴급...불라블라 입니다.
나 : 예..경기도 여주시.......차량화재 의심건으로....
센터 : 현재 신고가 접수되어 출동중에 있.....
그 순간 저 앞에 의용소방대원이 경광봉을 들고 차량 통제를
하는게 보임.
나 : 아 ...예...보이네요.....
뚝.....전화기를 조수석에 던져 버리고 현장으로 접근함.
(사실 내가 여자 전화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는
매너 나쁜 넘은 아님.....센터 직원분이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음.)
나란 남자...여튼.....
이제 연기는 점점 잦아 들고 있는 상황.....차를 급히 세우고 이미 도착한 대원에게
상황을 물으려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시익...시익....시이이이익....하는 소리...
이건 대형차가 사동 걸려고 하는 소리인데....
나 : 아직 운전자 안 나왔어요?
대원 : 저도 지금 막 도착해서 2차 사고 막느라고.....
차로 급히 달려가는데 '형님 너무 접근하지 마세요'라는
대원의 외침이 들리 더군요.
그러나...나는....시골동네 카센터 아저씨임.
연기의 색과 냄새로 파악컨데 이 차량은
엔진오일이 연소되는 냄새와 엔진오일이 뜨거운 쇠에
닿아서 증발하는 하얀연기의 냄새가 나고 있었음.
그 냄새라면 폭발의 위험은 없음.
(아주 쓰디쓴 냄새가 난다면 절대 가까이 가면 안됩니다.
폭발은 아니겠으나 아주 약하게 펑 하는 수준의 화염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운전석 근처로 다가가니 아직도 시동을 걸려고 하시는 운전자 어르신....
나 : 아저씨....일단 멈추시고....하지 마세요...시동 그거 하지 마시고....
제가 봐 드릴테니까 전기 장치 다 끄시고 주차 브레이크 잡고
내려 오세요.....
사실 이때 쓴냄새가 조금 났음.......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는 냄새......
속으로는 겁이나서 다리가 조금 떨렸지만 아주 침착한척을 하면서
'아저씨 제가 볼테니까 일단 다 끄고 내려 오세요......예,...시동 안걸려요
나오세요'
행여 불이 붙기 전에 운전자를 피신 시켜야 함.
운전자가 당황하지 않게 아주아주 태연한 척은 했지만
소변이 조금 마려워 지긴 했었음.
다행히 정비복을 입고 있던 덕분에 운전자는 정비공이 봐준다는
말로 생각하고 순순히 내려 오심.....
'일단 안전하게 저쪽으로 가시자구요'
의용대원에게 손을 흔들자 알아서 진행하는 차를 막아줌.
4차선 도로를 당당하게 무단횡단하는 특권이란......나름 으쓱....
운전자는 정비공 상담하듯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고 설명을 하는데
그냥 '예예' 그러면서 도로 밖으로 모시고 감.
다들 알자늠.....위험상황에 가장 먼저 할 일은 뭐다?
도망치는 거임...위험과 되도록 멀리 도망치는 거임.
나두 사실 차량 상태가 더 궁금했지만 꾹 참고
순서대로 운전자 부터 대피 시킴....
꼭 기억해 주셔야 함.
1. 다 같이 도망
2. 내 안전이 확보되고 나서 신고
그제야 저 멀리서 소방차가 오는게 보임.
일단 내차로 달려가서 항상 싣고 다니는 가정용 소화기를 들고
차로 다시 뛰어감......다행히 연기는 잦아들어 거의 나지 않는 상태
차앞으로 빨간 액체가 끓어 넘치고 있어서
슬쩍 만져보니 다행히 냉각수 였음.
(나중에 소방관 아저씨에게도 냉각수라고 보고함)
말했자늠....난 시골 카센터 아재라고.....
때맞춰 도착한 소방관에서 해당 차량을 지목해 주고
행여 불꽃이 보이지 않는지 차 밑바닥을 살펴봄....
(이때는 쓴냄새가 나지 않았었음)
나를 운전자로 착각하시길래 운전자 위치 알려 드리고
계속 살펴 봄.....
관찰결과는 .....
(이건 ...좀 복잡함....
대략 연소실에 엔진오일이 유입되어 엔진이
오버런 한 상황에 그로 인하여 점도가 낮아진 오일이
외부로 유출되어 고온의 쇠와 접촉하여 다량의 백연이
발생한듯.......정상적인 온도는 600도 근처로써 오일의
화재 위험은 없으나 오버런 상황에서는 그 이상의 온도가
될 수 있어 착화의 위험이 있음....엔진과 배기관을 식혀야 함
여튼 아직 위험이 남았음.)
소방관 아저씨에게 위의 관찰결과를 보고함.
추후 민원에 대비하여 차주 동의하에 물을 뿌리기로 결정함.
이제서야 한숨 돌리고 나서 차에 있던 의용소방대 조끼를 꺼내 입음.
안전모도 썼음....
경광봉도 꺼내서 차량 통제에 동참하려는데 이미 경찰이
충분히 와 있음. 그래도 경찰 아저씨 뒤쪽에서
한번은 해봄.....경광봉으로 차량 막는게
은근 좀 있어 보임......우쭐.....음.....
사실 우리 의용소방대 대장님은 현장에서
가장 중시하는게 대원의 안전임.
안전모....눈에 잘띄는 조끼등의 복장......이거 무지 강조하심.
대원이 나뭇가지에 얼굴만 긁혀도 부상이라고 걱정하시는 분임.
(근데 안전모도 안쓰고 운전자부터 빼내러 갔음. )
그래서 ^^
도망옴....^^
(출동대원 기록하기 전에 조용히 도망옴.)
나중에 혼나면.....
'저는 그냥 동네 카센터 아저씨가 차 고장났나 보려고
간거구요. 의용소방대원 활동은 조끼입고 안전모 쓰고
차량 통제 한게 활동입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카센터 출장의
개념으루다가 서비스 정신으로....'라고 변명하면
더 혼날듯......그냥 기억 안나는척 해야겠음.....
다시한번 강조하는데 위험상황에서는
1. 도망.....
가급적 위험하다고 소리치면서 도망치면 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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