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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당할 예정입니다.

M
관리자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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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세사기 당하긴 전인 30중반 남자입니다.

 

같은 돈 쓰고 서울에서 손바닥만한 집에 살기 싫어 경기도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집이 진짜 넓고 좋아지더군요. 신축에 방도 늘어나고 크기도 커지고, 멋진 인테리어 마감에 층고도 높은데다 실링팬도 있는 집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근저당이 있지만 집주인이 재산이 많고 부동산에서도 안심시켜 주었고,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제가 임차할 집의 아랫집으로 이사온다고도 했기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사를 마치고 약 3개월 쯤 되었을 때, 자다가 새벽에 아랫집 세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 물이 새고 있으니 문 좀 열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순간, 이미 온통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철푸덕 밟고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새벽 4시쯤, 저와 아랫집 세입자(=제 부동산 중개인)은 온 집 안에 찰랑 거릴 정도로 차오른 물을 뺐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의 복선이었을까요.

 

다음날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하려고 연락을 시도했는데, 건물 관리인으로부터 집주인이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집주인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이렇게나 곤란한 일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아직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모르고 안이했던 것이지요.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고, 부동산 중개인도 큰 문제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간이 흘러 상속인으로부터 채권신고 최고장을 받았습니다.

 

집주인이 사망하였고, 상속인은 한정상속을 진행할 예정이니, 이 집에 대해 채권신고를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정상속 파산절차도 곧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무언가 심각한 일인가 싶어 본격적으로 제게 일어난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중, 변호사인 친구와 함께 이것저것 알아보았으나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졌습니다.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나, 파산법원에 모든 것이 위임된 상황이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은 참으로 야속했습니다. 

 

이미 제가 살고 있는 건물에 근저당이 잡혀있고, 근저당이 소멸하면서 해당 근저당 이후로 이루어진 등기는 모두 소멸된다는 것을 알고나니 정말 절망스러웠습니다. 그 절망감은 정말 이루말할 수가 없더군요.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몇 년 전 들어와 정말 열심히 모은 돈 전부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빚까지 생겨버렸습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사기를 당할 예정이라고 한 까닭입니다.

 

계약 당시 집주인 대신 부동산이 대리 계약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주자, 친구는 이미 집주인은 계약 당시에 죽은 상태였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집주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시점이 바로 마지막 세입자가 이사를 오고 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추측이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고인에 대한 불경스러운 생각이겠지만 당장 수년간의 미래까지 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불경함 같은 인간적인 감정은 털끝만큼도 없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저희 집은 경매에 넘어갈 것입니다.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자로 지정될 수도 없고, 외통수에 걸려버린 것 같습니다. 전세 관련 전문 변호사도 제 상황에 대해 소송조차 힘들다는 답변을 할 뿐입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당분간은 쫒겨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갈 데 없는 몸이 되는 것보다, 아무 것도 없을 것을 위해 은행에 빚을 지고 갚아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롭고 이따금씩 숨이 가빠옵니다. 

 

아무리 근사하고 조건이 좋더라도 계약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욕심을 부렸다고 빚까지 져야하는 상황에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도박을 한 것도 아니고 큰 돈을 벌고자 투기를 벌인 것도 아니며 저는 그저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미래를 꾸려가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죠. 

 

이미 일은 벌어졌고, 절망감에 압도되어 폐인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빚을 갚고 다시 재기할 것입니다. 하소연하고 싶었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한줄요약입니다.

 

근저당 잡힌 집은 쳐다도보지 말자

 

좋은 하루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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