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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 생일이었습니다..

M
관리자
20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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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 생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생일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일날 미역국 안 먹어도 케익에 불 안 꺼도 아무 상관 없는 사람입니다

오늘까지 마무리질 일이 있어서 월요일도 야근 화요일도 야근이 잡혀 있었는데

근데 이번엔 생일날까지 회사에 잡혀 있기 싫더라구요

부장님한테 생일이니까 밥 좀 사달라 할 수 있지만 

엎드려 절 받기는 싫고

그냥 회사 근처에 사는 친구나 만나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카드 신청한 게 있는데 배달온다고 전화왔길래

7시쯤 오시라고 해서 퇴근해서 그거나 받자하고 있었습니다


6시 땡하고

저 먼저 들어갑니다..대충들 하고 들어 가세요

하고 뒤도 안 돌아 보고 나가는데

제가 미쳤나 돌았나

하고 있을 부장님 때문에 뒤통수가 따깝더라구요 ㅎㅎ

아니나 다를까 부장님한테 톡이 옵니다

부: 얌마 너 어디가?

저: 마트에 소고기 사러 간다

부: 소고기 사서 뭐하게?

저: 소고기 넣고 미역국 끓여 먹을라고 그란다

부: 내 생일은 아닌 거 같고 니 생일이냐?

저: 그래

부: 가지 말고 기다려

저: 싫다 그냥 갈란다 내일 보자

이랬더니 부장님도 황당하신지 더 이상 톡이 없으시더라구요

그렇게 집에 가서 카드 받고 씻고 떡뽁이 해 먹고 일찍 잤습니다


다음날 회사 가서 그냥 아무런 일 없었는 듯이 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으면서 부장님한테 톡이 옵니다

야..점심 뭐 먹을꺼야? 맛있는 거 먹자

해 놨길래 그냥 보고 답장 안 하고 전화기를 내려 놓았습니다

좀 있다 점심 때가 되니 부장님이 옆구리를 꾹 찌릅니다

밥 먹으러 가자는 거지요

그렇게 따라 나가니

뭐 먹을껀지 너 얘기 안 할꺼지? 그냥 아무데나 간다

하시길래 또 아무 대꾸 없이 따라가니 삼계탕집이더군요

근데 삼계탕이 18000원..비싸면 먹을 꺼라도 있어야 되는데

진짜 닭이 제 주먹만 하더군요

보통 공기밥 하나 더 시켜서 반씩 나눠 먹었는데

부장님도 양이 부족하신지 그냥 밥 2개 시키시라 하시더군요

그렇게 먹고 나와 옆에 새로 생긴 커피숍에 갔더니 아아가 6000원

키오스크 주문하면서 제가 와..커피값도 장난 아니네 하니

부장님이 단말기에 카드를 바로 꽂으시더군요

와..할배 커피는 내가 사도 되는데 

하고는 커피까지 잘 얻어 먹고 들어 왔습니다


그날 오후 일이 많이 진행되서 그냥 정시에 퇴근하자는 분위기라서

다들 퇴근하려는데 부장님이

야..짬뽕 사냐?

하시길래 저는 또 말 없이 표정으로 

그라자

하고 자주 가는 중국집에 갔는데 휴무길래 옆에 아구찜 집에 갔습니다

아구찜은 의외로 많이 안 올랐더군요..원래 비싸서 그런가 ㅎㅎ

그렇게 또 부어라 마셔라 하다 고만 가자 하시며

 부장님은 바로 가게 밖으로 나가시고 저는 카운터 가서  

계산요..하니 계산 다 하셨어요 하시네요

밖으로 나오니 부장님 표정이 

내가 벌써 계산했지롱..나 이쁘지?

하는 듯 서 있으시더군요


같이 택시 타고 집으로 가는데 보통 만원 안쪽으로 나오는데

차가 좀 막히긴 했지만 다 오지도 않았는데 거의 2만원 나오길래

와..택시비 진짜 많이 올랐다 하니

지갑에서 5만원짜리 꺼내시더니

부:옛다..택시비 

저:됐다..그리고 너무 많다

부:그러면 맥주나 한잔 더 하고 가..내려

하시길래 따라 내립니다

호프집이 있긴 있는데 옆에 편의점에 파라솔 자리에 자리가 있길래 제가

맥주 사서 여기서 먹으면 안 돼 하니 그러자 하시더군요

택시비 남은 돈으로 맥주랑 안주 사서 2차가 시작됩니다

부: 너 오늘은 기분이 좀 좋아 보인다

저: 할배가 밥도 사 주고 술도 사 주는데 안 좋을리가 있나

부: 하..할튼 이 돈떵거리..

     너랑 놀라면 돈 많이 들어간다 비싼놈아

저: 누가 할배 돈 많이 써서 좋아하나 

     나는 할배랑 새우깡에 쏘주 마셔도 좋은 사람이다

부: 알지..너 나 아직은 돈 나갈 데 많은 거 알지..

     정리 좀  되면 더 잘 할께..좀만 기다려

저: 나는 할배가 아무 것도 안 사 줘도 상관 없다..말 한디면 된다..

     내가 생일 좀 기억해 달라 작년에 그랬는데 어떻게 이번에도 모르냐

부: 너는 그라면 며칠뒤에 제 생일이에요..아니면 내일 생일이에요 

    맛있는 거 좀 사 주세요..하면 안 되냐 꼭 사람 미안하게 만들고 말야

저: 음력 생일을 쇠는 것도 아니고 양력 생일 쇠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부: 나 어제 일도 생각 안 나는 사람이야..

     니가 맨날 나한테 그러잖아..우리끼린 자존심 부리지 말자고

저: 그냥 나는 할배한테 생일 축하한다 그 말 한 마디면 된다고

부: 알았어..노력은 해 보겠는데 장담은 못 한다


과연 내년 제 생일은 기억하실까요 

사람 안 변한다고 아마 모르실 꺼 같습니다 ㅎㅎ

그냥 밥 잘 사주는 형이 있어서 좋습니다

근데 왜 부장님이랑 저는 서로 불쌍한 척 하는 걸까요

더 많이 봐 달라는 거겠죠..

그날 부장님이랑 헤어지고 택시 타고 집에 가다가

며칠전 인스타에서 본 글이 생각 나 보냅니다

"행복해 하는 할배를 보고 있으면 

  얼마 안 되는 내 행복까지도 모두 주고 싶다"

이상....저의 탄생 50주년 기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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