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이제 FSD를 사용한지 열흘이 넘었네요. 

그동안 매일매일 FSD를 사용했습니다. 

출근, 퇴근, 달라스 왕복 장거리, 달라스 내 시내주행 등등..

열흘이었지만, 제가 다니는 루트는 거의 다 FSD를 최소 한번씩은 사용해서 달려본것 같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내놓고 시작하자면,

저는 FSD를 체험 이후에 구독이나 구매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구매는 정말 너무 비싸고(구독을 하면 6년치의 가격인데, 제가 이 차를 그때까지 탈지 확신이 없네요 ㅎㅎ),

구독은 월 100달러인데, 적어도 저에게는 아직 그정도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 50달러 정도라면 한번 고민해볼만한..;;

제가 FSD 구독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번씩 정줄을 놓습니다. 이게 FSD가 해제된다 이런게 아니라 정말 정줄을 놓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가 되면 핸들을 좌우로 계속 돌리면서 아주 천천히 지그재그로 직진만 합니다..;; 뭔가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못하고 어버버하는 느낌입니다. 보통 도로로 진입하거나 신호등에서 우회전 혹은 좌회전신호에 출발할 때 발생하는데, 이렇게 어버버하게 두면 분명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 대부분이라 즉시 차량을 인수해서 상황을 해결한 다음 다시 FSD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2. 네비 데이터의 정확성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FSD는 네비의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하게 되는데, 이 지도 데이터가 아직 부정확한 곳이 많네요.

그래서 70마일 고속도로에서 55마일로 주행한다던가, 분명 길이 있는데 돌아간다던가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수동으로 속도를 조정해주거나 운전을 인수해서 직접 운전해야합니다. 

3. 멍청한 차선 변경

사고 위험 때문인지 차선변경이 너무나 보수적입니다.

옆 차선에 차가 없어도 꼭 한번 들어가려다 멈칫하고나서 다시 차선변경을 하는 이중모션을 하는데 이것 때문에 차선변경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보고있는 저도 굉장히 불안합니다. 

차가 많은 상황에서는 직접 차선 변경 외에는 거의 차선 변경이 불가능한 정도라고 생각해도 무방할거 같아요.

그리고 차선 선택 로직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차선 선택 고집을 부립니다. 

예를 들어 좌회전 차선이 2개 차로로 되어있고, 좌회전하자마자 우회전으로 진입해야하는 상황인데 계속 좌회전 1차로를 고집합니다.  반대로 고속도로에서 내려오자마자 좌회전 차선이 똑같이 2개 차로로 되어있고, 좌회전해서 직진을 해야하는데 이번에는 위와 반대로 꼭 굳이 좌회전 2차로로 가려고 그 짧은 거리에서 차선 변경을 합니다;; 그냥 내려온 차선 그대로 가서 좌회전해도 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방향지시등을 취소해서 차선변경을 취소시켜도 계속해서 차선변경을 반복해서 시도합니다.

4. 엔드투엔드가 안됩니다. 

FSD라면 차에 타서 앉아서 경로 지정하고 FSD를 켜면 알아서 출발하고, 도착하면 알아서 주차하는 것까지를 기대했는데, 이게 안되네요. 

차고에서 경로 지정하고 FSD를 켜면 이게 켜질 때도 있고, 안켜질 때도 있습니다. 아예 계속 안되면 그러려니 하는데, 어떤 때는 되고, 어떤 때는 안되니 이유를 알수가 없습니다.

도착시에도 이게 오히려 대형 주차장이면 주차까지 가능한데, 주택가에서는 안됩니다. 게러지도 찾지 못합니다. 

집근처에 오면 인수해서 직접 들어가야합니다. 

5. 자동주차의 불편함

4번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만, 자동주차의 경우 기대를 많이 했었던 부분인데 일단 주차는 잘 합니다. 

시간도 생각했던 것보단 그리 오래 걸리지 않구요.

문제는 이게 후방주차랑 평행주차만 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 텍사스는 일반적으로 전방주차가 기본입니다. 

타고 와서 그대로 전방주차하고 나갈때 후진으로 나가는게 일반적이죠. 

그런데 전방주차가 안되니 목적지에 오면 왠만하면  핸들 인수를 해서 직접 주차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전방주차를 하면 FSD를 사용할 경우 출발을 못합니다;;

FSD는 후진을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직접 후진으로 차를 빼고나서 FSD를 활성화시켜야합니다. 

한국처럼 후진주차가 기본인 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여기 텍사스에서는 덕분에 자동주차기능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네요;;

6. FSD와 오토파일럿 차별화 부족

90프로 이상이 고속도로 주행인 저에게 FSD와 오토파일럿의 차별점이 많이 부족합니다. 

신호등 인식은 굉장히 편하고 좋습니다만, 제가 신호등을 지나칠 일이 별로 없는게 문제..;;

그 외에 붕끽은 오토파일럿이나 FSD나 동일하고, 

고속도로 주행시에는 오토파일럿 걸고 쭉 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네요.

나머지 10프로의 시내주행을 위해 매달 100달러를 지출하기는...좀 그렇습니다..

7. HW3.0에 대한 지원 여부

현재도 V12.5가 HW3.0에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데(열흘이면 된다며!!),

앞으로 버전이 올라갈수록 격차는 HW4.0과 더 커지겠죠?

그런데 고버전이나 저버전이나 구독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건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V12.5가 월 100불이라면, V12.3.6은 70불정도 책정해야 맞는거 아닌가 싶네요.

물론 FSD를 사용하면 확실히 편합니다. 주행보조이긴 하지만, 사용시 확실히 운전의 피로도가 낮아집니다.

특히 초행길에서라도 네비를 따라가다 진출입로를 놓칠 일이 거의 없고,

페달쪽은 정말 95프로 정도 신경쓸 일이 없는 것 같고, 

한번씩 정줄을 놓긴 하지만 스티어링쪽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차에 타서 네비에 경로를 지정한 후에는 일단 무조건 FSD를 켜고 주행합니다. 

그 정도로 편하긴 해요. 

다만, 주위에 차량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손도 많이 가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서는 아직 한국의 도로환경에서 서비스되기에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V12.5는 또 많이 좋아졌다고하는데, V13도 아니고 같은 V12안에서 아주 많이 다를것 같지는 않습니다.

V12.3.6이 처음 릴리즈됐을 때도 V12.5와 똑같은 반응들 올라왔던거 보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