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저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글을 적습니다. 저의 3번째 책이 일주일 전 출간됐습니다. 2번째 책은 클리앙에서 출판사 대표님이 제 글을 보시고 연락을 주셔서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년 전 출판 당시에도 소감을 남겼었는데 (그게 마지막 작성글이네요 ㅎㅎ) 이번 글도 출판에 이르는 과정을 회고하는 차원에서 글을 적고자 합니다.
3번째 책 출판에 대한 제의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엔 편집자님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화로 대략적인 컨셉에 대해서 얘길 나누고, 제가 서울 출장이 있어 방문했을 때 서울역 카페에서 편집자님과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계약을 진행하기 전의 사전 미팅이었고, 다른 관계자분들과 함께 가지는 줌 미팅도 한번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계약을 작년 12월에 진행하고 초고 작성 기간을 조금 타이트하게 잡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준비할 게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초고 기한은 원래 지키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저만 그런건 아니죠?) 이번엔 계약에 기재된 날짜에서 1주일 뒤에 초고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적은거면 엄청 빠르게 적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중적으로 작업하던 시기엔 커피도 맛있고 집중도 잘 되는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12월 말 계약 - 3월 초 초고 완성)
집필에 사용한 툴 (워크플로위, 구글 독스)
2번째 책까지는 워크플로위를 메인으로 썼습니다. 이번에도 목차 작업까지는 워크플로위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공유된 환경에서 피드백을 주고 받기 위해서 구글 독스를 사용했습니다. 출판사에서 구글독스는 아직 써본적 없다고 하시던데, 출판사의 작업 환경에서 생산성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미국의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가 구글독스로 집필하는 걸 보고 써봤는데 정말 좋습니다. 목차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주고 출판사와 피드백 주고 받을 때 최곱니다.)
옵시디언에 대한 책이지만 아직 출판에 완전한 워크플로우를 장착하진 못해서 익숙한 툴로 진행했습니다. 옵시디언은 개인지식관리 용도라 협업에 쓰기엔 아직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파일을 클라우드에 넣고 공유해서 진행할 순 있을 것 같은데 구글독스 워크플로우가 출판 프로세스엔 훨씬 적합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전 출판에서 워드파일 주고 받은 걸 생각하면 생산성이 넘사벽입니다.
메모광의 문제점 (이야기의 시작)
저는 기존에 메모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날로그나 디지털로 적어도 활용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디지털은 검색 가능성이 아날로그보단 훨씬 낫지만 적어놓고 다시 보지 않거나 다양한 지식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번씩 본다고 해도 계획적이지 않은 성향이라서 하다가 그만두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만난 게 제텔카스텐 메모법입니다. 클리앙에서 처음 제텔카스텐이란 단어를 접했고 처음엔 아날로그 방식에 메모상자라는 컨셉이 와닿지 않아서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다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옵시디언 프로그램과 함께 제텔카스텐 방법을 접했고, 그날 바로 시중에 출시된 제텔카스텐, 옵시디언 책을 구매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제텔카스텐(메모상자)이란?
제텔카스텐 메모법은 개별 단위의 지식을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인덱스 메모(A6)로 적고, 뒤에 추가되는 지식을 자신의 기존 관련있는 메모에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메모가 쌓이면 연결된 지식의 체인이 만들어집니다. 연결된 지식이 그룹을 이루면 하나의 메시지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창의성에 대해서 기존에 있는 걸 연결하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텔카스텐은 개별적으로도 가치 있는 개별 지식을 연결하는 형태로 예상치 못한 통찰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지식관리 방법론입니다. 그리고 연결은 각각의 메모가 고유값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하나 이상의 연결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연결이 많은 메모는 그만큼 다양한 지식과 결합할 수 있는 중요도가 높은 메모가 됩니다.
옵시디언은 뭔가요?
제텔카스텐 메모법은 원래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이걸 디지털에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옵시디언입니다. 이외에도 백링크와 노트간 연결을 지원하는 노트 프로그램이 많지만 옵시디언이 속도나 사용성 측면, 다양한 플러그인 통한 확장 가능성 등에서 압도적입니다.
옵시디언은 개인의 위키를 만들기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위키피디아나 나무 위키를 보면 수많은 개념이나 인물, 자료들이 링크된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옵시디언은 이와 같이 링크를 쉽게 만들어서 노트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노트 간 연결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프뷰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내가 만든 지식들(노트)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링크를 타고 이동하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텔카스텐 & 옵시디언 후기
실제로 제가 제텔카스텐을 옵시디언에서 구현하면서 느낀점입니다. 당시에 접한 지식을 이해한 나의 단어로 적고 연결된 노트를 보면서 개별 지식을 맥락 안에서 보면 주기적 반복이 가능합니다. 일상이나 독서, 강의를 볼 때 접한 지식 중에서 의미있는 것들을 모아놓고 그것들을 다시 보게 되니 액기스가 삶에 들어오는 걸 느낍니다. 메모를 다시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추가 메모하고 이 메모가 다시 연결할 새로운 매모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을 통해서 기존에 잘 작동하지 않던 지식의 입력과 가공이 가능해졌습니다. 결국 이렇게 접한 지식을 지속 가능한 체계로 관리하고 가공해서 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개인지식관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을 만나면서 개인지식관리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경험한 지식들이 옵시디언으로 향합니다. 이북의 하이라이트, 유튜브 보면서 적은 노트, 다양한 인물과 사건에 대한 개념을 노트로 만들면서 나만의 지식 정원이 만들어집니다. 무작정 노트를 만드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이 이해한 언어로 적어야 합니다. 이렇게 제텔카스텐 형식의 메모들, 그리고 다양한 지식의 개념과 나의 경험들이 하나의 옵시디언 프로그램에 모이고 연결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지식이 점점 확장되고 깊어지는 걸 시각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과 집필 과정
제가 적은 책은 제텔카스텐 구축을 위한 옵시디언 프로그램 사용법을 하나씩 알려드리는 책입니다. 제텔카스텐 원리와 접하는 지식의 종류별로 어떻게 가공하고 연결하는지, 옵시디언 안에서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드립니다. 편집자님도 처음 접하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질문을 퍼부으셨습니다. 시작하시는 분들도 알아가시기 쉽게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고는 기존 하고 있는 작업을 글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빠르게 2개월 조금 넘는 기간 만에 적었습니다. 맥북에서 쓰는 캡처 프로그램도 사서 주석과 넘버링을 달면서 출판 과정이 생산적이도록 노력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제가 한 넘버링은 초고를 편집자님이 이해하기 좋게 하기 위한 작업이고, 이후에 디자이너 분이 다시 넘버링을 하더라고요.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퀄리티를 위해서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고 이후 편집자님과 수정하고 보완하느라 탈고 과정에 5개월 정도를 더 보냈습니다.
언제나 출판은 초고 이후의 과정이 지난합니다. 갖고 있는 지식을 글로 말로 전환하는 과정은 저 혼자 하면 쉬운데 처음 접하는 분들(출판사 관계자분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편집자 한분만 이해시키면 되는데 출판이 임박할수록 관리자 분들이 들어오십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 이해하지만 책의 결이 달라지는 과정, 지금까지 상호 협의된 이해가 틀어지는 과정, 추가 수정의 맥락을 볼 때 이해를 못한 사람이 하는 것 같은 부분은 빡침을 불러옵니다. 하지만 저는 난도질 당하는 보고서에 단련된 회사원입니다. 이렇게 해도 회사보단 덜하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첫 책은 메모 에세이, 두번째 책은 뜬금 없이 해외구매대행, 세번째 책은 다시 루트를 돌아와서 메모법과 프로그램에 대한 매뉴얼북이 나왔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원노트, 에버노트, 워크플로위 등의 프로그램을 써오면서 저도 이런 매뉴얼북을 적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하나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기쁩니다.
저는 꿈이 많은 사람이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라는 범주로 저를 규정합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끈기를 갖고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텔카스텐이랑 옵시디언은 2년 전부터 공부를 했는데, 처음엔 지금의 와이프인 전 여자친구에게 그걸 배워서 어디에 쓰려고 하냐고 잔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지배하고 있는 온갖 해외 영상들을 보며 절레절레 하던 그녀가 떠오릅니다. 이제는 자신도 조금은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작동하는 연결형 메모법
요즘은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리스, 로마, 스페인, 프랑스 등의 역사에 대해서 하나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메모를 하고, 인물들을 옵시디언에 링크로 만들고,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신혼여행을 떠났던 스페인의 카를로스 5세와의 연결점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루이 14세와 16세의 차이에 대해서도 구분할 수 있었고, 베르사유의 장미를 통해 처음 접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와 그의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옵시디언에 연결된 노트들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나중에 탐험할 수 있는 지식의 여행 경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텔카스텐을 만들면 자신의 언어로 적힌 메모들의 목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제별로 나의 지식을 쌓아가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메모가 다른 이질적인 분야의 메모와 연결되는 경험도 자주 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 나만이 떠올릴 수 있는 통찰들을 기록하면서 시스템을 확장시키고 발전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한 분야의 지식을 깊게 파고 드는 것도 가능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동시에 공부하면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걸로 뭘 할 것인가?
제텔카스텐은 글쓰기를 지향하는 메모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출력을 지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책의 구절에서 적었듯이 목적이 있는 시스템이어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지식이라는 재료를 관리해서 특정한 산출물을 내는 게 지식관리의 목적입니다. 목적이 없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시스템이든 목적을 갖고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고 출력하는 삶을 위해 작동하는 개인지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에서 제텔카스텐 메모를 만들어나가면서 옵시디언에 연결된 지식 구조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지식들은 연대가 생깁니다. 연대가 생기면 할 말이 생깁니다. 개인지식관리 시스템 안에 생긴 지식의 연대(생각의 체인들)는 우리가 메시지를 가지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왜냐하면 미리 우리의 말로 적어놓은 문장들이 제텔카스텐 메모에 있기 때문이죠.
연결된 지식의 가치
지식이 연결되면 그 자체의 가치보다 수 배의 가치를 가집니다. 그리고 다양한 연결 가능성을 블록화 된 지식으로 메모로 만들고 이를 다양한 나의 배움과 경험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력한 자신만의 지식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나의 모든 지적 경험과 그 순간에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고, 이를 기존의 지식과 함께 관리하고, 예상치 못한 연결을 찾거나 프로그램이 찾아준 연결을 보면서 나는 작동하는 지식 체계를 갖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 다시 더 열심히 시스템을 쓰면서 선순환의 구조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롭게 경험하는 지식을 쌓고,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이전보다 쉽게 생산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저도 이 시스템이 저를 어디에 데려다줄지 모릅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건 누적적으로 나의 지적 자산을 유기적인 체계로 관리해나갈 수 있고, 제가 이전부터 꿈꾸던 지식의 입력과 가공, 출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도구를 만났다는 겁니다. 인생의 답은 계속 바뀝니다. 하지만 현재의 저에게 답은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입니다. 책을 적으면서 보다 도구의 사용과 방향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치며
책을 적은 후기를 적으면서 의식의 흐름처럼 길이가 다소 길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집중력이 무너진 숏폼의 시대에서 롱폼을 지향합니다. 릴스, 숏츠보다 2시간 넘는 박문호 박사님의 빅 히스토리 영상을 좋아하고, 짧은 트윗보다 2,000자 넘는 아티클이나 리디북스의 책을 좋아합니다. 저 같이 긴 글에 대한 니즈가 있으신 분들은 여기까지 잘 오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이 지식관리 방법론으로 제텔카스텐 메모법과 옵시디언 프로그램을 한번 접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튜브에서도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 많습니다. 옵시디언에서 연결된 노트를 만들면 그 개념과 연결되는 나의 다른 노트들을 보여주는 그래프뷰의 마법을 체험해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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