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크리스천스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작

극은 흥겨운 가스펠 송으로 시작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어느 교회 목사의 설교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개척 교회에서부터 넓은 주차장 딸린 큰 교회 건물을 짓고 빚을 청산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며 설교를 시작합니다.

어린 여동생을 구하러 상점에 들어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결국은 죽음에 이른 비기독교 소년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갔을까?

하나님은 모두를 구원한다. 

지옥이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쓰레기 소각장을 가리키던 단어가 오역된 것이다.

지옥을 부정하고 믿음에 관계없이 모두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목사 폴의 설교에 부목사 조슈아는 반론을 재기합니다.

지옥에 대한 입장 차이로 조슈아는 교회에서 나가고 이후 폴 목사의 교회는 계속된 회의와 갈등 속에서 교세가 점점 줄어듭니다.

폴 목사의 아내 엘리자베스마저 떠나려고 짐을 싸는데...

목사 폴이 기독교의 중심 교리인 천국과 지옥에 대한 급진적 해석을 내놓으며 갈등이 시작되지만, 이 연극은 종교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신념과 관련된 갈등을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이 노골적으로 기독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주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연극입니다.

원작, 연출, 연기 모두 매우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미 전회 매진이지만 자주 들어가 살펴보면 가끔 취소 표가 있습니다.

저도 운 좋게 취소표 발견하고 바로 예매해서 봤습니다.

운이 너무 너무 좋아서 하필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날이라 배우와 연출자 분들의 이야기, 다른 관객들의 감상평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관람이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신이 하는 일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면 오히려 실망할 것이라는 폴 목사의 말이었습니다.

진리가 만일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인식 범위를 벗어날 것이고 우리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결국 신념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은 언제나 진리가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는 어떤 것도 맹신해서는 안되고 언제나 믿음 안에 의심을 심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지일 배우님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매표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산 아트 센터 스페이스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