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키보드

안녕하세요.

계속 구경만 하다가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typeractive발 lily58입니다.

여기서 판매하는 보드들(lily58, corne)은 wireless 중심으로 설계되어 스위치와 배터리 커넥터가 달려있고, trrs 단자가 없으며 디스플레이 커넥터가 5핀이라 저전력 디스플레이인 nice!view도 쉽게 장착됩니다.

다이오드와 mx핫스왑 소켓이 솔더링 되어 나오는것 치고는 보드 가격이 저렴한 편($35)인데, 나이스뷰와 나이스나노, 로우 프로파일 소켓, 케이스까지 사면 비용이 제법 들어가네요.

소켓과 핀헤더 땜질하고 배터리 끼우고 키스위치 보드에 올리고 케이스 조립한 다음 펌웨어 빌드해서 플래싱하면 완성. 가이드도 잘 되어 있고 아주 쉽습니다.

배터리는, zmk가 절전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는게 맞는건지, central은 열흘 넘게 가는것 같고 peripheral은 한달 넘게 갈 것 같습니다. 정상인 코스프레에 방해가 되므로 잘 안들고 다니겠지만 이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스위치는 ttc silent bluish white(일명 '저월백')와 노벨키 크림, 자일런트 78g을 골고루 끼워 시험중인데, 하우징이 지독하게 빈약한 관계로 저소음 스위치가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원래 거의 택타일만 쓰는데, 저소음 리니어도 한벌 들여봐야겠네요.

키캡 프로파일은 xdal이라고, xda의 살짝 낮은 버전인데 마이너한...정도가 아니고 한 업체에서만 시도하다 포기한 프로파일로 보여서 별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무각 컬러 키캡들은 xda입니다.)

키감(소리)은... 이런 부류에서는 기대조차 하는게 아니라고 배웠습니다...만,

폼떡질 야무지게 하면 어떨지 약간 궁금한데 전용으로 재단된 하부 폼 구하기가 어렵네요. 이걸 만들어 파는 친구가 리스본에 하나 있는데 재질과 두께도 마음에 안들고, 가격도 그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레이저 커팅기를... 다행히 약간만 궁금한거라 포기했습니다.

일단 마스킹 테잎 발라서 약간은 정돈한 상태이고, 생각해둔 몇가지 자재들 배송 오면 써보고 개선사항 있으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배열은, 첫 스플릿 키보드라 매핑 레이어들 최적화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타이핑 속도는 한타는 90% 수준으로 회복(?) 했지만 영타는 연습을 안해서 70% 정도 나오네요. 그리고 아직은, 정신이 혼미할때(졸음, 음주) 오타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합니다.

hhkb같은 60% 오래 써봤고 교과서적인(?) 타이핑을 하던 분들은 텍스트 입력과 펑션키, 방향키(저는 IJKL로 매핑)에는 편안하게 적응하실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원래 B와 스페이스바를 왼손으로 눌러서 특히 문제가 없었고요. 58키도, 이쪽 바닥에서는 풍족한 편이라 입문용으로 추천할만 합니다.

문제는, '일반' 키보드 쓸 때 가끔 뇌정지 옵니다. 특히 왼손 모음키나 백스페이스 누를때...

그리고 타이핑을 시작하려고 손을 올릴때 신경을 써야합니다. '일반' 키보드는 이 과정에서 머슬메모리가 양손의 간격을 잡아주므로 이런 문제가 없는데, 스플릿 키보드는 양쪽 간격이 종종 바뀌니까 눈으로 보거나 검지로 f, j의 표식을 확인하지 않으면 에러가 발생합니다.

어제는 홈로우(home row, CAGS 타입)도 테스트 해봤는데, 나름 기교를 부려서 세팅했음에도 빠른 한글 두벌식 타이핑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롤백했습니다. hold-trigger-key-positions가 빠른 타이핑에 크게 도움 되는데, 이게 두벌식의 왼 자음, 우 모음과 만나면 소용 없어지네요. 오른쪽 검지로 누르는 모음(특히 은, 는, 을, 를, 의)에서 에러가 종종 납니다.

영어만 쓴다면 상당히 편할것 같은데 아쉽네요.

키별로 휴리스틱하게 텀을 조절하거나 hold-trigger-key-positions 기능 자체를 모딩하면 쓸만해질 것 같기는 한데, 제가 아직 그정도의 변태는 아니므로 36키 넘어가는 시점에나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나머지 사족으로는, 

1. 디스플레이 좀 가지고 놀려고 하는데, 그림 띄우는거나 봉고캣 말고는 레퍼런스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일단 zmk 레포 포크는 했는데, c 코드 본지 거의 30년만이라... chatgpt님이 보우하사 어떻게든 되겠죠.

2. 블루투스 전환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입니다. 매크로를 만들어서 mac, linux, ios 머신을 오가는데 아주 쾌적하네요.

3. typeractive에서 뭔가 지르실 분은 150불 안넘고 무료배송은 되도록 잘 나눠서 주문하시길 바랍니다. 얘네들이 usps(우체국)로 보내기 때문에 200불이 아니라 150불 면세인데, 부가세는 그렇다 쳐도 관세사 거치느라 일주일쯤 늦게(!!!) 받게 됩니다. 그리고 배송지가 한국이면 원화로만 결제됩니다. ddc(원화결제차단) 걸려있는 카드는 풀고 결제하세요.

4. pinecil v2 좋습니다. 사세요. 두 개 사세요. (pinecil에 홀센서 장착하려면 인두 하나 더 필요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