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갈 줄 알았다'...연예인·유튜버 구독 취소 '캔슬 컬처' 논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이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지지를 철회하는 것을 뜻하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나락 간다"는 표현과 함께 연예인은 물론 유튜버까지 '캔슬'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사회에서 대중의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비판의 본질에서 벗어난 채 성급한 '마녀사냥'이 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명 개그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도 최근 영상에서 군인을 조롱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3일 올라온 광고 영상에서 마사지기를 홍보하며 "군대 가면 다리 아플 텐데 마사지기라도 좀 가져갈래?", "(좋으면 뭐하니) 군대 가면 쓰지를 못하는데"라고 발언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해당 유튜버와 광고주인 코지마는 연이은 군 사망 사고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누리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중들은 경솔한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유명인들에 대해 구독을 취소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11일 경북 영양군을 방문해 낙후된 지역을 조롱한 유튜버 '피식대학'은 구독자가 318만 명에서 논란 이후 294만 명으로 줄었다. 코인 사기 의혹에 휩싸인 유튜버 '오킹'은 한때 약 2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지만 현재는 161만 명으로 급감했다. 피식대학은 한 달째 새로운 콘텐츠를 올리지 않았고, 오킹도 4개월째 해명 방송 외에 별다른 활동이 없는 상태다.
(중략)
특징은 개인이 모여 의사 표현을 하면서 군중의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대중이 양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특정인을 타깃으로 찍으면 순식간에 몰리는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경계했다. 이 과정에서 '나락 보내기'는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진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는 "한 명이 비판하기 시작하면 '밴드웨건 효과(편승 효과)'가 생겨 반대 의견을 적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특정인의 삶, 인생 전체를 공격하는 '조리돌림'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캔슬 컬처가 '한 사람을 끝장내자'는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가진 게 팔로어가 전부인 취약한 상황에서는 상당한 상실감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도 "정당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잘못 하나로 특정인의 모든 걸 매도하는 마녀사냥으로 흘러가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성급한 캔슬 시도가 낳는 위험성도 명확하다. 속도에만 매몰되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단순히 좋고 싫음의 감정만 남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최 교수는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지지를 철회하면서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평론가도 "고 이선균씨 사건처럼 명예를 실추시키기는 쉽지만 가짜뉴스를 바로잡고 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논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흐름에 휩쓸려가고 있지는 않는지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