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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써 영재원 아이들과 자폐와 지적장애 성인들을 하루에 만나고 있습니다.

M
관리자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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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에서 제 글을 보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 같고

글도 그리 자주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부러 글을 지우거나 하지는 않으니 

제 상황에 대한 이력 정도는 아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제가 경험하고 있는 혼란에 대해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겨봅니다. 




먼제 제 상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전공을 두 개 정도 거쳐서 미술에 정착했습니다만 이전에 했던 전공들이 안 맞아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냥 전공을 끝낼 때 쯤에 항상 더 재밌어 보이는 게 생겼어요. 

그래서 이과->문과->예술의 순서로 전공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꽤 늦게 미대를 갔고, 어찌어찌 해 작년쯤 과정을 마치고 미술을 업으로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임용을 한 건 아니고 그냥 뜨내기 미술교사 생활 하면서 작품활동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술이 좋아서요.


그리고 매우 너그러운 남편과 아직 어리고 귀여운 아들, 딸이 있습니다. 가정 자체는 평범합니다. 

딸이 지적 장애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나

그럭 저럭 어떻게 살아나가고 행복도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평범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아이의 장애 등급 자체는 나쁜 편이지만 일단 어.. 좀 이상한 소리지만 운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모가 귀엽고 이상행동이 없는 편입니다. 요새는 고집이 세져서 가장 고민이네요.


딸의 장애를 알게 된 이후 로스가 말한 죽음을 극복하는 5단계인가 하는 이야기 있잖아요?

딱 그것처럼 부정 충격 수용 뭐 대충 이런 것 중 지금은 수용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전에 공주대학교 석사 논문 하나 봤는데 다운증후군 자녀를 가진 엄마가 직접 공부에 나서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부모들의 극복 과정을 생애사적으로 분석했던데

제가 딱 그 엄마처럼 공부로 심적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 학술적으로 꽤 공부를 했어요. 

미술과 접목한 길도 찾아봤고요. 그리고 나서 주변에서 지적장애와 자폐장애 아동을 섭외해 미술수업도 조금 시도했고요.




제 상황은 이렇고, 토요일의 제 일과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전 토요일 오전에는 **예고 영재원 수업을 갑니다. 대상은 중학생이고요.

광역시 수준 도시인데, 학년별 12명씩 미술로 선발되어 영재원에 들어온 아이들입니다. 

똑똑하고, 손재주도 아주 좋은 애들입니다. 미술영재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성적도 좋은 애들이라

수업하기 편합니다. 이해가 빨라서요. 


 밥 먹고 무인까페에서 조금 쉬다가 사설 발달지원 센터의 지적 장애와 심한 자폐 성인들 수업에 들어갑니다. 

여기는 아는 교수님께서 하시는 데인데,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수업에 들어간 지 한달 정도 되었습니다.

교수님도 원래는 저에게 조금 더 가벼운 장애를 가진..(대화가 가능한) 학생들을 붙여?주려고 하셨는데

이런 저런 상황상 가장 자폐가 심한 성인(20대 후반에서 30대)친구들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제 딸을 위해서라도 장애인의 생애와 인생에 대해 제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종의 앞으로 제가 경험해야 할 일들에 대해 알고 직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수업 참여를 부탁한 겁니다.

장애에 대해 공부는 좀 했는데, 이제는 좀 장애인 교육의 실제를 알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딸에 대한 경험과 개인적으로 수업했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 대한 경험이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이 두 수업을 하루에 계획하면서, 제 안에서 두 세계의 통합이 쉽지는 않으리라 예상했고

제 딸을 위해서라도 인간으로서의 교집합을 찾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의 방향을 찾아가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근데 ㅎㅎㅎㅎ 저는 나름대로 장애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폐가 심한 친구들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는 처음에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 적응은 됐으나 이론과 실제는 좀 달랐습니다. 

자폐인 중에는 스스로의 감각이 감당이 안 되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돌발 행동을 '굉장히' 많이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사람이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이면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들 들어보면, 일단 말투나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고함치듯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좀 적응 안되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 신체나 다른 사물에 집착합니다. 남성 성인이 포함되어 있으나

성적인 종류는 아닙니다. 그냥 머리카락을 계속 만진다던가 다른 사람의 냄새에 민감하다던가 하는 그런 건데

서른 살이 다 되어가는 성인 남자가 '냄새 맡아도 되냐'고 계속 물어보면 성인 여자인 제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수업은 정말 유치원생 수업처럼 정신없고,계속 돌발행동을 통제해야 하고, 사회화되지 않은 행동을 제지해야 하고

그렇습니다. 


하나 말해두자면, 성적인 행동이나 폭력적인 행동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장애인이 있을 수 있으나 경험을 해 보니

일반인 중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 정도 비율일 것 같습니다. 


장애인은 없앨 수 없으며, 일정 비율로 항상 태어나며, 진화의 일부 작용이라 자연스러운 존재임을 늘 알고 있지만

늘 수업을 갔다 오는 길에 생각합니다. 사회의... 심연? 카오스? 사회의 어두운 이면? 제가 아직 경험이 일천해서

적응이 덜 되어 그렇습니다. 이 세계도 물론 돌아가는 제도와 규칙이 있습니다. 아직 제가 다 잘 모르긴 합니다.


한편, 사회의 가장 밝은 곳에 있는 아이들, 영재원 아이들은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의 대학 진학 확률이 높은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의 고민은 '내가 어떻게 여기 들어왔지?' '영재가 뭐지?' '미술이 진짜 내 길인가?' 이런 고민들인데

뭐 어느 정도는 사춘기라 그런 걸 이해해야 하는 면은 있으나  돌발행동 없고, 지시 잘 따르고

어려운 내용 이해도 잘 하고, 지적 욕구도 높고... 솔직히 진짜 수업이 쉽습니다. 

솔직히 고민에 대한 대답도 교과서적으로 해줘도 알아서 잘 소화하는 애들입니다.

오전에 여기 수업 하잖아요? 솔직히 말해 안정되고, 편안하고, 선명한 세계라고 느끼게 됩니다. 


오전에 **예고 가서 세계의 가장 밝은 면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오후에 사설 센터에서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고

귀가하면 우리 사회가 이 두 세계를 얼마나 분리했나 느끼게 됩니다. 숨쉬는 사람, 체온이 있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분명히 있는데 이 두 세계는 완전히 다릅니다. 서로 교류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한편 교육인으로서 저는 이 두 집단의 사고 구조의 공통점, 인식론적인 공통점, 정보 처리 체계가 정말로

얼마나 다른지, 같은지 알아내어야 합니다. 솔직히.. 중학생과 성인인데.. 지적 수준과 미술적 손기술 면에서

하늘과 땅 느낌입니다. 저는 제 일반 중등교사로서의 업과 상관없이 장애인 미술교육을 해 볼 생각이었는데

실전에 들어가보니 아무래도 장애 수준이 심한 친구들이라서인지 정말 교육이 가능할까? 소통이 가능할까?

상당히 좌절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수업은 두 수업 다 외적으로 어떻게 어떻게 해 내고 있습니다면 교사로 그 앞에 선 제 내면을 들여다보면

폭풍 속 난류에 휘말려 어지러이 날리는 낙엽들처럼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좀 더 지나 이 세계들이 언젠가는 제 마음 속에서 융합이 되고, 존재론적으로, 현상학적으로 제가 지금

느끼는 이 혼란이 정리가 되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사실 완전히 다른 나라에 갔다 오는 느낌이거든요.


나중에 정리가 되면 다시 글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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