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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쉬워진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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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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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리앙에 오래 전에 가입하고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 봅니다^^

저의 평소 지론이 데이터를 통해서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보자는 것인데 (Hans Rosling의 "Factfulness"와 같은 책 아주 좋아합니다^^),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둔 아빠로서 주위에서 아이들 교육 관련해서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명문대학 가기가 그렇게 어려워진 것인지 데이터를 찾아보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글의 결론은 대단한 것이 아닌데 자료 수집에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습니다. 대학의 과거 입학 정원 시계열 데이터를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ㅠㅜ 그래서 본전 생각이 나서 글을 써서 제 블로그에도 올려보고 여기 클리앙에도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대학 입시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지나친 공포심 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아래는 글 내용입니다.

------------------------------------------------------------

1. 출산율 저하와 대학 입시

최근 대한민국은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출산율 하락 속도가 매우 빨라서, 예를 들면 제 둘째 아들이 2016년에 태어났는데 아래

과 같이 2016년만 해도 한 해 40만명이 넘던 출생아 수가 2022년에는 25만명 이하로 하락하더니 다음 해인 2023년에는 23만명(잠정치)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7년 사이에 약 43% 하락하였습니다.


university_entrance_figure1.jpg


물론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 감소가 최근 몇년 사이의 일은 아닙니다. 기록상 한 해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태어난 1971년(출생아 수 102.5만명) 이후 출생아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고, 그 여파로 아래

와 같이 1975년생이 제 1회 수학능력시험을 치렀던 1994년 이후 수능 응시자 수도 계속 감소해왔습니다.


university_entrance_figure2.jpg


문제는 2010년 이후 최근 출생아 수의 감소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점인데, 낮아지는 출산율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이미 지방의 대학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고, 앞으로는 '소멸 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문득 "이렇게 출산률이 낮아지면 그것이 향후 대학 입시, 특히 상위권 대학의 입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일단 현재까지 수능 응시자 수 대비 상위권 대학의 입학정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데이터를 모아서 간단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어도(수요 감소) 상위권 대학의 입학 정원에 변화가 없다면(공급 변화 없음) 상위권 대학 가기는 쉬워지는 것이고(수요자 우위),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보다(수요 감소) 상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이 더 빠르게 줄어든다면(공급이 더 빠르게 감소) 상위권 대학 입학은 어려워지는 것이겠죠(공급자 우위)


경제학에서의 수요와 공급 분석과 같은 이러한 접근 방법이 유용할 수 있는 이유는 아래의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대학 입시는 어차피 상대평가입니다. 입학 정원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입학 시험에서 꼭 만점을 받지 않아도 경쟁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서 입학 정원 안에 들면 합격하는 것입니다. 매년 "불수능"이다 "킬러 문항"이다 하는 논란이 뉴스에 나오고 가장 최근인 2023년에 11월에 시행된 수학능력시험도 난이도가 어려웠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시험이 어려우면 그건 나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어려운 것인데, 너무 어려운 문제들만 가득 있어서 시험의 변별력이 낮았다면 모를까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불평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죠.


둘째, 입학 정원의 변화는 인기 대학과 비인기 대학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납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결국 대학 입학 정원도 장기적으로 그에 맞는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균형을 이루겠지만 대학마다 입학 정원이 동일한 비율로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일단 지방에 있는 인기 없는 대학이 문을 닫으며 사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상위권 대학의 정원은 줄어들더라도 천천히 줄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상위권 대학의 입학 경쟁 강도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원래는 1) 서울대학교, 2) 연세대학교, 3) 고려대학교, 이 세 개의 대학교 입학 정원의 변화를 출생아 수/수능응시자 수와 비교해보려 했으나 , 안타깝게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웹사이트에서는 최근 몇년간의 입학 정원 데이터만 구할 수 있었고(자료가 있으신 분은 알려주시면 제가 보강해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다행히 서울대학교 웹사이트에서는 1964년부터의 입학 정원 데이터를 구할 수 있어서 서울대학교만 가지고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서울대학교도 연도별 입학 정원의 변화를 알기 쉽게 표로 정리해놓은 것은 아니라서 연도별 모집요강을 일일이 다운로드 받은 후 입학정원을 찾아서 정리하였고, 이 과정에서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2. 가기 쉬워진 서울대

먼저 아래의

에서 연도별 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수와 서울대 입학정원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파란색 선으로 표시한 서울대 입학정원은 1981년에 당시 전두환 정권이 졸업정원제를 도입하면서 모집정원이 6500명을 넘어섰던 때도 있었지만 그러한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고, 이후 1990년~2000년에는 대략 4000명~5000명, 2000년 이후로는 3000명~4000명 정도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석 기간을 2010년 이후로 좁혀서 보면 녹색의 직사각형으로 표시한 것처럼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 입학정원은 3000명~4000명 사이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수능 응시자 수는 60만명 중반에서 40만명 중반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2010년 이전보다 서울대 가기가 쉬워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university_entrance_figure3.jpg


그렇다면, 얼마나 쉬워진 것일까요?


먼저 아래의

와 같이 매년 수능 응시자 수 대비 서울대 입학정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2010년경 0.5% 수준에서 2024년에는 0.8% 수준으로 크게 올라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university_entrance_figure4.jpg


다만 이 경우 매해 수능 응시자에는 재수생, 삼수생 등 소위 "n수생"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번에는 매해 태어난 출생아가 만 19세에 모두 수능을 보고 "n수생"의 응시는 없다는 전제하에서 - 예를 들어, 2005년에 태어난 약 43만 8700명이 모두 2024학년도 수능시험에 응시하고 "n수생"의 응시는 없다는 가정으로 - 계산을 해보면 이 경우에도 아래의

와 같이 2010년 경 약 0.45%였던 비율이 2024년에는 0.84%까지 상승하였습니다. 확실히 2010년 이전보다는 요즘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이 쉬워진 것이죠. 


약 5년쯤 전에 방영되었던 인기 드라마 "Sky Castle"에는 예서 엄마(염정아)가 예서 아빠(정준호)에게 예전보다 대학 가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입시가) 당신 때와는 달라"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연 그럴까요? 서울대 입학정원이 현재 수준인 약 3700명에서 유지된다면 2017년에 출생한 약 35만 8천명이 수능시험을 보는 2036년에는 만 19세 인구 대비 서울대 입학정원 비율이 1%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university_entrance_figure5.jpg


1990년대 중반인 1994년~1996년에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당시에 1) 내신, 2) 수능, 3) 본고사를 다 준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때 입시가 특별히 더 어려웠다고  볼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다른 수험생도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대학 입시는 상대평가라서 시험이 어려우면 나에게만 어려운 것은 아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어려운 것인데, 가끔 미디어를 보면 입시에 대한 공포심 조장이 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분들께 "서울대 가기 더 쉬워졌다"고 이야기해주십시오. 더구나 19년동안 3058명 수준으로 동결되었던 의대 정원이 앞으로 5058명으로 2000명이 더 늘어난다면 소위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더 쉬워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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