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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금요일…영화 개봉 요일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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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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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하정우가 주연한 영화 '하이재킹'은 지난달 21일 공개됐다. 6월21일이라는 날짜엔 특별할 게 없었다. 다만 개봉 요일은 이례적이었다. 21일은 금요일. 국내에서 새 영화는 보통 수요일에 개봉한다. '하이재킹'은 이 암묵적 규칙을 깨고 개봉일을 이틀 늦췄다.

◇금요일 개봉? 갑자기?

지난 2일까지 '하이재킹' 누적 관객수는 117만명. '인사이드 아웃2'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걸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요일 개봉이 흥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이재킹' 측은 "시장 다각화를 꾀하기 위해 금요일 개봉을 선택했다"며 "주말 시장이 확대되는 금요일에 맞춰 개봉함으로써 관객과 접점을 최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하이재킹'을 시작으로 어쩌면 '금요일 개봉'이 다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르겠다. CJ ENM은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를 오는 12일 공개한다. 12일은 금요일이다. 역시 CJ ENM이 내놓을 예정인 올해 최고 기대작인 '베테랑2'도 오는 9월13일 금요일에 관객을 만난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영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배급 방식에 변화가 생겼고, 금요일 개봉이라는 전격적인 변화까지 도입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금→목→수→금(?)

사실 새 영화를 수요일에 공개하는 건 국내 영화 시장 특유의 관행이었다. 북미는 금요일, 영국 역시 금요일에 새 영화를 내놓는다. 일본·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나 남미·유럽도 다르지 않다. 영미권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오프닝 스코어(opening score)는 그래서 금·토·일 사흘 간 흥행 성적을 의미한다.

국내 역시 금요일 개봉이 표준이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금요일 개봉이 일반적이었다. 2000년대 초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는 모두 금요일에 공개됐다. 이후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 개봉 요일은 하루 앞당긴 목요일이 된다. 2000년대 중반 대표작인 '괴물'은 목요일에 나왔다. 한국영화가 급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루라도 먼저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였다. 그렇게 목요일 개봉 체제가 자리잡자 2000년대 후반부터는 수요일에 관객을 만나는 꼼수가 새로 등장했다. 개봉 요일이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갈 때와 같은 이유였다. 그렇게 한국영화가 전성기에 접어들면서 수요일 개봉은 새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수요일엔 관객이 없다

업계는 10여년 간 이어지던 수요일 개봉 체제가 무너지고 20여년 전처럼 금요일 개봉 영화가 나오게 된 이유를 역시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본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수가 급감하고 기존 배급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하루라도 먼저 관객을 만난다'는 전략이 더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사태는 성수기·비성수 구분을 사실상 없앴고, 장기 흥행 전략을 새롭게 등장시켰으며, 이제는 배급 요일까지 바꿔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단 평일 관객수 급감이 금요일 개봉으로 복귀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1~6월) 수요일 총 관객수는 481만명이었다. 코로나 사태 직전이었던 2019년엔 742만명이었다. 35% 감소했다. 물론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하면 주말 관객수도 줄었다. 올해 상반기 토요일 총 관객수는 899만명, 2019년엔 1310만명이었다. 그래도 감소 비율은 31%로 수요일보다 낮았다. 감소폭보다 중요한 건 절대량이다. 평일 중 가장 관객이 많은 수요일 평균 관객수가 20만명 가량인 상황에서 먼저 개봉해서 볼 수 있는 이득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얘기다. 2023년 상반기 수요일 총 관객수는 277만명에 불과했다. CJ ENM 관계자는 "평일 관객이 감소했기 때문에 관객이 몰리는 금요일에 공개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입소문 '과대 대표'를 막아라

금요일 개봉은 입소문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입소문이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커졌다. 그러다 보니 수요일과 목요일에 안 좋은 입소문을 타서 개봉 첫 주말 흥행을 망치느니 차라리 주말 관객에게 영향을 줄 입소문을 차단하고 금요일부터 관객을 만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엔 극장 역시 금요일 개봉을 추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나는 건 막을 수 없다. 다만 개봉 직후인 수요일과 목요일에 영화를 본 얼마 안 되는 관객이 입소문을 주도해 관람 자체를 차단해버리게 되면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많은 관객에게 평가를 받아 볼 수 있는 금요일에 공개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당장에 금요일 개봉을 결정하는 영화가 많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십여년 간 이어온 관행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일단 금요일 개봉 성공 사례가 좀 더 쌓여야 할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베테랑2'의 흥행은 배급 요일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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