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케이윌 "마지막 앨범 될 수도…재시작점에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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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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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가수 케이윌(42·김형수)은 새 앨범을 내기까지 6년이 걸렸다. 히트곡이 수없이 많고 대중적 인지도도 높지만, 달라진 음반 시장에서 유형적인 음반을 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음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발라드 장르에 대한 소비는 줄어드는 시대에 여느 발라드 가수들이 갖는 생각이다. 그때 케이윌은 성과보다 가수의 의미에 집중했다. 노래를 발표하고 무대에서 부르는 모습이 낯설어지지 않도록 움직였다.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2년 전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습작과 이미지 조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반이 마련되고 1년간 작업 끝에 결과물이 완성됐다. 발라드라는 장르에 맞게 가을과 봄에 발표하는 구상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여름에 7번째 미니앨범 '올 더 웨이(All The Way)'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더 미루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계절감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인데 중요할까 싶기도 했어요. 덥긴 하지만 계절이 예전 같지 않잖아요. 봄, 가을이 짧고 장마가 자리잡을 수 있는 시기 즈음으로 날짜를 잡았어요."
공백기를 더 이상 늘이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는 연예인들에게만 뜬다는 '근황' 연관 검색어가 뜨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케이윌이 가수를 은퇴한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케이윌은 "2018년에 마지막 앨범을 발매하고 보통 다음 앨범 준비 기간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1~2년이 지나고 팬데믹이 왔어요. 그 당시에는 저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맞아떨어졌죠. 해외에 나가서 몇달살고 싶었는데 팬데믹 때문에 해외는 못 나가고 애매한 상황이 됐고요.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초연 제안이 왔어요. 아코디언과 피아노 연주를 해야하는데 처음이라 몰두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6년이 됐네요."
오랜만에 컴백하면서 앨범 발매에 대한 부담이 다가왔다. 가볍게 싱글 형태로 내는 것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소속사에서 적극적으로 앨범 발매를 제안했다. "요즘은 앨범을 내기도 알기도 힘든 세상이잖아요. 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어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성과를 생각하면서 부담을 갖는구나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떤 과정에 대한 결과를 판가름하려고 하고 수치나 순위를 생각하게 되잖아요. 제가 그런 것에 꽤 많이 잠식돼있었어요. 그런데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노래하는 사람이 가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대가 많이 변했고 이제 CD는 굿즈가 됐잖아요. 앨범을 생산하지 않은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이 앨범에 좀 더 많은 의미가 담기고 내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동기부여가 됐죠."
'나'에서부터 시작한 생각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뻗었다. 관계의 형성과 설렘, 행복, 위기, 아픔, 소멸과 기대에 대한 순서를 트랙별로 배치했다. 윤상, 선우정아, 헤이즈, 다비, 뮤지 등 가수들이 프로듀서진으로 참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데뷔 때부터 함께한 황찬희 프로듀서도 이름을 올렸다. 각 프로듀서마다의 색깔에 케이윌은 자신의 생각을 가사로 녹여냈다.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는 현재가 소멸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상과 케이윌이 함께 작곡하고, 작사가 김이나가 노랫말을 썼다.
"제가 짧은 경력은 아니지만 대선배님과 작업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어요. 예전부터 윤상 선배님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한번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너무 편하게 잘 받아주시고 의견도 잘 수렴해 주셨어요. 처음에 윤상이라는 컬러의 곡을 입어보고 싶었죠. 저는 메이저 스타일의 곡을 좋아하는데 윤상하면 마이너 스타일이 많잖아요. 멜로디 흥얼거리면서 만들어가는 작업에서 선배님이 많이 재밌어하셨어요. 저는 노래를 화려하게 부르는 타입인데 선배님은 그런 가수와 작업한 경우가 많이 없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녹음을 진짜 많이 했어요. 선배님은 마음에 들어했는데 제가 아쉬워서요. 우려한 것보다 수월하고 재밌었어요."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서인국과 안재현이 출연한다. 두 사람은 2012년에 발표한 케이윌의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었다. 서인국이 동성 친구인 안재현을 짝사랑하는 파격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되며 두 사람은 '월드 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이러지마 제발'의 10년 후 이야기가 담겼다. 이전보다 더 농밀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노래를 작업하면서 타이틀이 됐으면 좋겠다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안재현에게 전화가 왔어요. 서인국 유튜브 채널에 나가기로 했는데 같이 나가겠냐고 하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옛날 뮤직비디오 얘기를 하게 됐고, '이러지마 제발'과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의 곡 분위기가 맞닿아 있어 뮤직비디오 얘기를 툭 던졌는데 안재현이 너무 좋아했어요. 서인국도 흔쾌이 재밌겠다고 해서 의기투합이 됐죠. 두 사람이 저보다도 의욕적으로 잘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뮤직비디오를 보고 느낀 건 노래가 너무 짧게 들렸다는 거예요. 제가 몰입해서 봤다는 얘기가 되겠죠?"(웃음)
오랜만에 컴백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17년간 동행해 온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후 첫 앨범이라는 것도 뜻깊다. 케이윌은 스타쉽 1호 가수로 시작해 어느덧 몬스타엑스, 크래비티, 아이브 등 후배들에게 '이사님' 호칭을 듣고 있다. "새로 재계약을 하면서 크게 다른 고민을 한 것 같지 않아요. 오히려 첫 재계약 때가 생각이 많이 나요. 어떤 아티스트들도 회사에 100%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저처럼 남기도 하고요. 저는 다른 회사로 가기보다 내가 혼자 해보거나 남거나 두 가지 옵션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우리 회사가 이렇게 크지 않았으니까 '이 작은 회사에서 직원들도 설득하지 못하는 내가 나가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여기서 앞으로 할 게 더 많겠다' 싶었어요."
케이윌은 다짐처럼 많은 것을 해냈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가수가 됐다. 데뷔한 지 18년이 돼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가수다.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을지 짐작을 못했어요. 지나고 보니 시간이 흘렀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한 게 아닌데 오래 활동할 수 있게 돼서 놀랍기도 하고요. 잘 버텨왔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연히 탄탄대로를 달려온 건 아니니까 힘든 때도 있었어요. 끝까지 버틴 거예요. 부담스럽고 두려웠던 앨범이 나오게 됐고 큰 숙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학교 다니는 거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평생 공부해야겠어요."
이제 신보에 대한 준비는 끝냈다. 어느 때보다도 '나'를 투영해 만든 앨범이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마지막 피지컬 앨범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대중의 평가는 앨범이 오픈이 돼봐야 알 것 같아요. 팬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많이 담겨있어 좋은 평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동갑내기 친구인 뮤지가 '왜 싱글을 안 하고 앨범을 하냐.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듣지도 않은데. 6년 만에 나오는 건데 만약에 성과가 안 좋으면 부담은 더 커질 거고 다음 앨범이 6~7년 걸릴 수도 있지 않냐'고 하는데 멍해지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앨범도 하고 싱글도 하면 되지 싶었어요. 정말 큰 숙제죠. 올해 안에 싱글을 낼 예정이에요. 앞으로 밟아갈 행보에 재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6년 공백만큼 많은 결과물 들려드릴 테니까 기대해 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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