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얼굴 박살난 아이 아빠입니다. 현재 상황입니다.
6월 17일에 학폭심의위원회 결과 통보서를 받은 이후로 지금까지 저희 가족은 아직도 지옥 속에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 일의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보고자 부산광역시교육청 주변에서 1인 시위도 하였습니다.
행정심판을 준비하면서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하여 받아보았는데 너무나 기가 막히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파일 전체를 올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우나마 몇 부분 캡쳐하여 올려봅니다.
첫 번째로 질문한 심의위원이 매우 수상한데, 우리 회의록 총 17페이지 중 위원장의 형식적인 서두 발언을 빼면 반에 해당하는
8페이지가 이 한 사람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변이었습니다. 질문하는 방식을 보면 저희 아들의 말을 자꾸 잘라 먹으면서 유도심문을 하고,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늘어놓으면서 어떻게 답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하거나 양자택일 식의 답변을 강요하고 이미 답변한 내용을 이런저런 식으로 질문을 바꿔 다시 물으면서 “너도 화가 나서 싸우러 간 거니까 이건 쌍방이다”라고 결론지으려 하는 의도가 보입니다.
위원장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답변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고 덧붙이더군요.
위원장이 메모하라고, 나중에 다 말할 수 있다고 해서 저희는 정말 순진하게 그 말만 믿고 답답해도 메모하면서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들에게 꼬치꼬치 묻는 이유가 이걸 바탕으로 가해 학생들에게 더 자세하게 꼬치꼬치 확인하기 위해서라길래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해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묻지 않더군요.(회의록 분량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위원장의 서두 발언 포함 B는 10쪽, C는 4.5쪽입니다.)
화장실을 나오면서 가해학생들이 웃는 모습이 CCTV에 찍혀 있는데 이게 싸움과 관련해서 웃은 게 아니라고 심의위원이 알아서 정리해 주네요. 가해자는 그저 ‘네’라고만 하면 되구요.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그랬다는 거냐고 추궁하지 않고 오히려 진정성 없는 사과여서 그랬던 거냐고 답변도 알아서 정해주고 공감해주는 모습이네요.
저희 아들은 심의위원의 질문에 딱 한 번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변했는데 그 때는 엄청 몰아세우더니 B는 자기에게 불리한 질문에 총 6번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음에도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오히려 잘 대답하고 있다며 칭찬을 해주네요.
이 학폭위원은 심지어 가해자 B를 위로 해줍니다. 정말 엄청난 온도차입니다.
그저 '네' 라고만 대답할 수 있도록 B가 답변할 내용을 알아서 깔끔하게 정리한 형식으로 질문합니다.
회의록 10쪽 내내 이렇게 이모/삼촌과의 대화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입니다.
결국 결정은 이렇게 나더군요. 정말 기가 막힙니다.
코뼈가 3조각으로 쪼개지고 안와골절까지 와서 평생 처음으로 전신마취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달고
3시간 반 수술을 했으며, 안와쪽에 인공보형물까지 삽입하였고 평생 이렇게 지내야 합니다.
수술비, 통원치료비 등 순수 외과적 상해 병원비만 450만원정도 나왔습니다.
이정도는 그냥 찰과상이랑 같은거라서 신체적/정신적/재산의 피해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나봅니다.
저희는 이 첫 번째 심의위원이 과연 가해자 B에게는 어떤 질문을 했을지 궁금하여 변호사님이 얘기하신대로 발화자 구분 가능한 회의록을 다시 청구하였습니다. 역시나 기각 당했구요. 이유는...
발화자 구분 가능한 회의록을 청구하는 것이 심의위원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니... 오히려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발화자 구분 가능한 회의록을 발급받으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하라는 건데 그러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도 저희 학폭위 결정 무효에 대한 행정심판 가능 기간 안에 이 회의록을 받아볼 수 없으므로 무용지물이라는 겁니다.
이미 김해교육청에서는 발화자 구분 가능한 회의록을 발급하고 있는데요. 한 나라 안에서 같은 행정기관이 같은 종류의 정보 공개를 두고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게다가 왜 각 지역교육청마다 일일이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함으로써 국민들이 시간과 비용상의 피해를 봐야 합니까? 전국적으로 학폭 사안이 넘쳐나고, 저희처럼 부당한 심의 결과로 행정심판을 준비하는 국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교육부에서는 발화자 구분 가능한 회의록 발급을 의무화하여 심의위원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소모적인 논란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는 7월 19일에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교육청의 답변서가 오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거라고 하는데 그 동안 또 저희는 심장이 타들어 가겠지요. 긴 싸움이 될 거라 각오하면서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네요.
보배 가족분들의 지지에 기대 힘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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